출퇴근길에도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작가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출퇴근길과 주말에 틈틈히 시간을 내어 쓴 소설이라고 하니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야기는 이웃집 남자의 벽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직장 상사의 악령 퇴치로 이어진다.
악령에 씌어 친절해진 상사를 굳이 퇴마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주변인들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정으로 해소된다.
이는 착하거나 못되거나 결국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는 상사의 역설적인 위치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직장 상사 악령 퇴치 후 실직하게 된 하용은 유명 유튜버 '무당언니'와 손잡고 승승장구한다.
이 과정에서 겪는 직장인으로서의 고민과 주변인들에 대한 걱정은 직장인이신 작가님의 경험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독자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유쾌한 서사 속에 담긴 직장인의 애환은 독자에게 웃음과 함께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그러나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직장 상사가 바퀴벌레를 삼키며 악귀에 씌이는 설정은 파격적이지만, 악귀 발동 조건의 명확한 설명 부족과 태초의 악령 '백화'의 정체, 그리고 하용이 지닌 부적에 힘을 불어넣는 능력에 대한 상세한 묘사 부재는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백화가 하용을 채용하려는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점은 속편에 대한 강한 기대를 품게 한다.
부적을 구매하여 타인의 불행을 빌고, 그것이 실제로 현실화되면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들은 '교환의 법칙'과 같은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하용에게 숨겨진 특별한 능력이 이러한 사건들에 신빙성을 부여하며, 이야기에 예측 불가능한 깊이를 더한다.
무당 조수로 변신한 하영의 유쾌하고도 눈물겨운 수난시대가 재미를 한층 더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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