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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미래에서 온 살인자, 그리고 한 그릇의 삶 김영탁 작가의 곰탕

by 달빛작가 2025. 9. 19.

오래전부터 ‘재밌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소설, 『곰탕』을 드디어 읽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망설임 없이 책장을 넘겼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김영탁의 작품이라서일까, 문체는 심플하고 간결하지만 장면을 시각화하는 힘이 대단했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제목과 부제만으로는 도저히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 ‘곰탕’과 ‘미래에서 온 살인자’라는 이질적인 단어들이 어떻게 엮일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 제목이 얼마나 탁월한지 깨닫게 된다. 곰탕이라는 음식이 직접 사건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며 수많은 인물들의 서사를 묘하게 연결하고 있었다.

 

2063년, 쓰나미와 전염병으로 황폐해진 미래의 부산에서 주인공 우환은 '진짜 곰탕'의 조리법을 배우기 위해 2019년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목숨을 건 위험한 여행 끝에 곰탕집 주방보조로 들어가게 된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부모와 이름이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버려진 과거의 아픔과 마주하게 된 우환은 결국 미래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과거에 남기로 결심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치밀하게 설계된 플롯에 있다. 수많은 등장인물과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면서도, 작가는 초반에 던져놓았던 모든 떡밥을 완벽에 가깝게 회수한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구상하고 풀어냈을까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다.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어가는 솜씨는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이 소설은 영상화되어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시간 여행 스릴러를 넘어, 『곰탕』은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한 번도 남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본 적 없는 사람'의 외로움, '기술의 발전이나 물질적 풍요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진정한 행복, 그리고 '결국 자신의 선택과 삶의 태도가 운명을 바꾸는' 중요한 열쇠라는 메시지는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곰탕』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어야 온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곰탕 한 그릇이 단순한 음식을 넘어 평범한 오늘, 그리고 소중한 일상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매개체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